이혼부부에 대한 교육
박홍우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제3288호-
얼마 전 일간지에서 지난 봄 가정법원에서 법관직을 사직하고 개업을 한 변호사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그 변호사는 이혼사건을 수임하면 의뢰인으로 하여금 가족치료사로부터 부부생활에 관한 상담을 받도록 함으로써 이혼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의 인격과 개성이 존중되는 요즈음 사회에서 이혼을 무조건 금기시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러나 당사자의 노력에 의하여 부부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경우까지 이혼을 하도록 사회가 방치한다면 복지국가의 실현은 요원할 것이다. 부부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신과 의사나 가족 치료사 등 전문가로부터 상담치료를 받는 노력이 보편화되지 아니한 우리 사회에서 위 변호사의 활동은 아낌없는 칭찬을 받을만하다고 생각된다.
아동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부모가 이혼한 경우, 2세 반에서 6세 미만의 아동은 정서적으로 두려움, 불안, 슬픔 등을 나타내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은 부모의 이혼에 따른 환경변화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청소년기의 자녀는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거나 조기에 이성관계를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부부의 이혼으로 인하여 미성년 자녀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이혼절차에서 미성년 자녀에 대한 배려는 미약한 실정이다.
이혼이 많은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이혼하는 부모에게 교육을 실시하여 부모자녀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 자녀들이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과 변화된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이혼 후 자녀에게 효과적으로 부모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되었고, 1980년대 이후 여러 주에서는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는 부부가 이혼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법원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이 이혼절차 중에 있는 당사자들에게 아동학자, 가족학자, 심리학자 등 전문가로부터 이혼이 자녀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교육받도록 한다면, 이들은 이혼이나 이혼방법을 재고하고, 이혼소송 중에도 부모의 갈등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이혼 후에는 자녀양육에 대하여 적극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혼부부에 대한 교육제도를 도입하여, 일시적 감정변화에 의한 이혼을 방지함과 아울러 이혼한 부부의 자녀들도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법원이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